클로드 코드, Codex와 함께하는 개발 체험기
오랜만에 글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AI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화두가 된 지금 현업에서는 클로드 코드를, 취미 활동에서는 Codex를 병행하면서 뭔가 의도치 않게 로켓에 옷이 걸려버려서 덩달아 같이 대기권으로 날라가고 있는 상황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런 심정을 담아서 늘 그랬던 것처럼 중구난방으로 체험기 느낌의 글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클로드 코드와의 만남
회사에서는 AWS BedRock 기반의 클로드 코드 도입이 정식으로 진행되었고, 팀 별 예산 할당이 되면서 필요한 만큼 토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사실 클로드 코드까지 필요할 정도로 SW 작업이 많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했었고, 부서에서 중요한 과제가 아무래도 더 많다 보니 그쪽에 투자를 더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저는 사실 잘 쓰지 않았었습니다.
뭐 물론 클로드 코드를 안 썼던 것이지, 클로드 자체는 계속 유용하게 썼습니다. Fable 5가 나오면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아키텍처 논의도 할 수 있었고, 뭔가 그 때 까지만 하더라도 꽤 편한 세단을 타면서 제한적이지만 크루즈 컨트롤을 통해 이미 충분히 편하게 운전(=코딩)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네요.
하지만 어느 순간 2026년도가 하반기로 접어들고, MBO 마감 시한이 성큼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급해지기도 했고, 동료들이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서 만들어낸 성과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이대로 손코딩에만 집중하다가 시대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도태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클로드 코드에게 코딩 작업을 맡기면,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약간 이제 와서는 조금 지난 화두가 그때 서야 새삼스레 저에게 다가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팀 별 예산 지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저도 충분히 활용할만한 예산이 확보가 되었고, 자연스레 클로드 코드와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세계를 뒤늦게 경험하게 됩니다.
클로드 코드와의 협업
조금씩 클로드 코드와 협업하는 방식을 맞춰가면서, 처음에는 기존 코드 베이스의 문제점 분석이나 리뷰, 부족한 테스트 케이스들 보강부터 시작하여 시간이 좀 지난 후에는 저는 기획/QA/운영 중심으로 역할을 변경하고, 클로드 코드는 설계/구현을 맡아서 개발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과거에는 4~6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던 작업이 불과 3일 만에 모두 완료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서 좋았던 건, 제가 구현하고 싶었던 아이디어가 정말 많았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것들이 빠르게 검토되고, 실패도 빠르게 되어서 다른 시도를 더 빨리 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원래라면 불가능했을 멀티 과제 진행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한 번에 하나의 과제만 했었는데, 이제는 3~4개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프로젝트 마일스톤을 계속해서 앞당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Rust, Go, TypeScript 등 다양한 언어들이 서로 다르게 활용되고 있어서 원래의 저라면 한 번에 하나씩 해야만 소화가 가능한 프로젝트들이었는데, 이제는 동시 진행이 가능해진 겁니다. (물론 코드 작성을 위임한다고 해서 전부 넘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긴 합니다)
물론 허용된 예산이 저의 업무에 사용하기에 다행히 부족함이 없어서 저렇게 해볼 수 있었지만,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험을 했었고, 이런 생산성 향상을 NUBO와 같은 프로젝트에서도 누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UBO, Codex를 선택하다
사실 취미로 코드를 작성하는 저로서도 생산성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NUBO 프로젝트의 경우 개인 프로젝트로 퇴근 이후의 시간을 들여가며 순전히 취미로 개발 중이지만, 사내에서도 일부 업무에서 필요에 의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혀 핵심적인 업무가 아니고 NUBO가 아닌 다른 공개 도구를 사용해도 충분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NUBO가 빠르게 개선되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쨌든 제가 쓰고 싶은 곳들에 여기 저기 잘 활용하려면, 제 머리 속 TODO 리스트에서 벌써 몇 달 동안 방치되고 있는 것들을 조금은 더 빨리 꺼내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클로드 코드가 떠올랐고, 실제로 진지하게 검토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제가 한참 3개 프로젝트를 휴가 전에 바짝 달리면서 본 토큰 사용량을 보니까, 조금 주저하게 되더군요. 2주 안되는 시간 동안 거의 $1,000 넘게 사용을 했었는데, 클로드 코드 쓰는 습관대로 NUBO에 적용하기 시작하면 수익성이 없는 이런 프로젝트들은 시작부터 파산각이 선명했습니다. 그럴 만한 돈도 없었구요.
그래서 여러 개발자분들의 황금같은 조언들을 찾고 또 찾아보다가, 최근에는 GPT-5.6 Sol 성능이 꽤나 좋아서 Codex로도 충분히 괜찮은 수준의 작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클로드 코드에 비하면 가성비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으셔서 ChatGPT Pro 1개월 체험에 도전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v1.1.0에서 수많은 TODO들을 뒤로 한 채 퇴근 후 녹초가 되어버렸던 제가 하지 못한 수많은 미완성 기능들이 단 며칠 만에 완료되는 기적을 다시 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중간 단계로 v1.2.0 업데이트가 되었고, v1.2.1 작업을 현재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Codex, 꽤나 괜찮은걸?
맥미니 m4pro에서는 Codex 전용 앱을 설치해서 써보기도 했는데, 브라우저를 직접 띄워서 테스트를 한다거나 하는 놀라운(?!) 작업들도 가능했고 UI도 나름 편하긴 했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클로드 코드에 절여진 몸이 되어버려서 그런지 굳이 이런 UI가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네요. Windows 11 데스크톱에서는 그냥 WSL2에서 CLI모드로 사용중인데, 저는 이게 더 익숙하고 좀 더 편한 것 같긴 합니다.
클로드 코드와 비교를 안할 수가 없는데, 사실 대부분 자주 쓰는 기능들은 비슷합니다. 굳이 누가 더 좋은지 따질 필요 없이 둘 다 이 정도면 훌륭하고 충분히 개발 편의성이 있습니다. 다만 클로드 코드는 세세한 기능들이 아주 돋보이고, 기본적으로 멀티 에이전트들 활용이 꽤 좋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거긴 한데, 스크린샷 캡쳐한 걸 클로드 코드는 바로 받을 수 있는데 Codex CLI는 그런 건 아직 안되는 것 같습니다. (맥용 Codex는 아마 잘 될 거 같긴 합니다)
코드 작성이나 테스트 측면에서는 아마도 사용하는 모델에 따라 다를 거 같은데, 저는 클로드 코드에서는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봤지만 opus 모델에서 xhigh 모드로 추론하게 하는 게 개발 속도나 퀄리티 측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비싸긴 한데, 여러 번 작업할 일이 별로 없었고, 작업 전에 충분히 맥락을 설명하고 제 의견을 정리해서 서로 “합의”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작업을 단계별로 나눠서 진행하면 대부분은 원샷으로도 충분했기에 오히려 비용/시간 절감이 더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Codex는 gpt-5.6-sol medium이 비용/시간 대비 결과가 가장 좋은 것 같은데, 앞으로도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진짜 간단한 작업들은 더 낮은 모델로도 충분하겠지만, 클로드 코드와 협업하며 만들어진 습관에 따라서 작업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작업 사이즈가 Sol medium 성능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클로드 코드는 그래도 회사 비용으로 작업하는 거지만, Codex는 제 사비로 쓰는 거라서 아무래도 더 냉철하게 판단하게 되네요.
AI와의 공생, 그리고 개발자의 미래
한편으로는 키보드 없이 그냥 마이크로 음성 인식을 통해 AI와 일하게 될 개발자의 미래가 정말로 괜찮은가? 하는 주제넘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옛날 사람이라, 코드 작성은 키보드로 해야 하고 주요 로직은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은 조금 남아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AI가 코드를 작성하게 내버려두는 걸 그다지 원하진 않았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개발자에게 중요한 건 코드 작성 능력인가? 아니면 코드를 통해서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것인가?
코드 작성 능력만 생각하면 이제 클로드나 ChatGPT의 프론티어 모델들이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 개발자들보다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드물게 FFmpeg이나 libvips 같은 매우 훌륭한 라이브러리들을 개발하시는 분들이 남아있겠지만 (리누스 토발즈 같은 네임드 분들도 물론이구요), 그런 천상계 개발자가 아니면 대부분은 AI가 더 코드 작성이 뛰어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발자란 존재는 앞으로 AI와 어떻게 공생 해야 하는지, 어쩌면 공생이 불가능해지는 순간이 오진 않을지 고민이 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약간은 이상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조심스럽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AI 이전 시대의 개발자는 각자의 베틀을 가지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단련하여 코드를 날실과 씨실을 교차 시키는 것처럼 짜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우리도 코드를 짠다고 표현하고, 베틀로 천을 짠다고 표현하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제 손에 익은 베틀(vscode, vim, vs2026, …)을 가지고 천(산출물)을 만들고 있었던 셈이죠.
그러다가, AI가 등장하면서 이제 베틀을 대신하는 자동 직기가 도입된 겁니다. 대형 기계가 전기를 잔뜩 먹으면서 압도적인 속도로 옷감을 짜기 시작하는 거죠.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산업 혁명의 수레바퀴가, 이제 2023년을 기점으로 3년 동안 세상을 바꿔버리고 있는 겁니다. 베틀을 직접 이용해서 옷감을 짜는 사람은 이제 사라졌지만, 옷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고 그 옷을 만드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단지 손에 익었던 도구 대신에 다른 기계가 생긴 셈이고, 우리가 하던 방식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이 도입된 것 뿐이죠.
그럼 이제 필요한 기술은, 베틀을 잘 다루는 기술보다는 ChatGPT나 앤트로픽이 제공하는 초대형 방직기를 빌려서 나와 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효율적으로 잘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개발자 생활 도중에 한 5년 정도를 B2B 상품기획 업무에 몸담았었는데, 그러면서 개발 업무 이외에도 가치를 만드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계를 넘어 더 큰 시야를 가지고 더 큰 가치를 더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내 업무의 전부다, 라고 생각한다면 개발자의 미래는 그다지 밝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드 이외의 것들, 지금까지는 차마 시간이 나지 않아서, 내 전공이 아니라서, 굳이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하지 않거나 못했던 것들을 포함하여 더 크게 내 업무를 정의한다면 개발자의 미래는 오히려 더 밝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AI 혁명의 파도에 정면으로 부딪치고 깨져 나가고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적응하고 이겨낼 수 있으니까요.
미래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10년 뒤에는 “세상에,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손으로 코드를 작성했다는데?” 라는 말이 나오진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ㅎㅎㅎ 이상 두서 없는 체험기였는데, 혹시 이 글을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