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의 종말? 바이브 코딩?
2025-07-056 분 소요0
아주 간만에 글을 씁니다. 매번 글 쓰고 싶은 주제는 많았는데 시간이 없다는 아주 손쉬운 핑계로 글을 남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쓰다보니 계속 길어지고 그러다보니 다듬어야 하고 또 그게 귀찮아서 결국 안쓰는 악순환이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글자 수 제한 같은 게 있다고 상정하고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코딩의 종말, 대 바이브 코딩 시대
코딩이라는 작업도, 프로그래머라는 직업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는 주장은 계속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쉘 스크립트로, 위지윅 에디터로, 노코드 프로그래밍 등으로 다양한 종말론이 나왔죠. 이번에는 그 때와 달리 AI라는 아주 거스르기 어려운 트렌드와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막강한 컴퓨팅 파워를 등에 업고서 진짜 코딩의 종말, 그리고 입코딩…이 아닌 프롬프트 코딩 시대가 열렸다고 아주 난리입니다. 실제로 빅테크에서도 해고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 더 대규모의 투자 전쟁이 지속될수록 핵심 AI 엔지니어들만 소수 필요하고 나머지 프로그래머들은 점차 사라지게 될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저도 GPT 선생님의 도움으로 예전이라면 아마도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을 시간들을 굉장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이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향상되는 것 같은 느낌은 코딩이라는 작업을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중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신입 개발자를 더 이상 채용하지 않는다는 기사들을 볼 때마다 신입 개발자보다 월 $200~$300 정도의 비용으로 기존 개발자들이 더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 편으로는, 기존의 개발자들이 얻을 수 있었던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이나, 기존에는 개인 단위의 개발 리소스로는 만들기 어려운 것들을 만들어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은 맞지만 아예 개발자들을 대체하는 게 정말로 가능한가? 라는 나름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나 사내에서 최근에 RAG + LLM 방식으로 사내 코드들을 빠르게 검색하고 튜닝 등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작게 나마 만들어보면서, 그리고 AI가 저 대신 작성해준 코드들이 언뜻 잘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계속해서 실패하고 기본적인 부분들도 놓치고 코드를 다시 이상하게 만드는 것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아? 글쎄?
저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게 마치 운전을 전혀 할 줄 몰라도 자율 주행 자동차만 있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물론, 지금의 테슬라 자동차도 FSD를 통해서 주차장부터 운전자에게 스스로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기나긴 거리를 사람의 개입 없이 안전하게 운행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게 되면 지금의 로보 택시와 같은 것들이 더 당연한 시대가 오기도 하겠죠.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시대는, 최소한 운전은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운전 면허도 없고 운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이 자율 주행 자동차에 탑승하고 어디론가 가는 건, 그렇게 갈 수는 있더라도 그것이 더 안전할지, 더 효율적인지 모릅니다. 만약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 그 땐 알고리즘이 아니라 하늘에게 본인의 운명을 맡겨야 하겠죠.
바이브 코딩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획력이 좋은데 프로그래밍은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겐 이 바이브 코딩이 일종의 해 볼만한 프로토 타이핑 정도는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브 코딩만 진행해서 상용 솔루션을 출시한다? 이건 또 다른 문제겠죠. 분명 어느 시점까지는 꽤 괜찮게 동작할 겁니다. 그러나 어느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분명히 문제가 생깁니다. 눈에 보이는 단순한 버그 같은 건 차라리 LLM이 잘 잡아줄텐데, 근본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설계상의 오류나 혹은 코드의 동작 방식에 대한 개선에 집중하다가 전체 솔루션의 본질과 점점 멀어지거나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사람이 개입해서 바로 잡아야 할테고, 그러한 개입을 완전히 0으로 만들 순 없을 겁니다.
이런 때 일수록 기본으로
분명 큰 변화가, 그것도 스마트폰 시대와는 또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AI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 생산성 시대이기도 하고, 바이브 코딩을 필두로 한 프로그래머의 멸종이 공공연한 사실처럼 언급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매번 이런 논의가 있을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래머는 사라지지 않고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하지도 않을 뿐더러 결국은 이런 저런 논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본을 탄탄히 다지고 새로운 기술들을 잘 받아들인 분들이 승리자가 된다는 것을 이젠 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들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치가 높아질거라 생각합니다.
글이 또 길어지는 것 같아서 이쯤에서 마무리 하며… 바이브 코딩이나 MCP를 통해서 여러 멋진 사례들에 감명 받은 적도 적잖아 있긴 했습니다만,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가 없는 것처럼, AI 혼자서 처음 목표 하나만 가지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로 제한 시키지 말고, 지휘자이면서 동시에 피아니스트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